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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김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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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김

좋은땅

전홍범 지음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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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목차
<b>이데올로기와 사랑, 그사이에서의 망명
그들이 찾으려던 것은 무엇일까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등단한 신춘문예 2개 부문 당선 작가 전홍범은 23년이 흐른 후 비로소 등단작 「구스타프 김」을 표제작으로 한 소설집 『구스타프 김』을 발간한다. 첫 등단은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작 「참새풀」이다.

등단 이후 군산 고군산군도 야미도를 배경으로 한 창작 아동소설『불새』(2015년)와 SF 장편소설 『시간의 이면에서』(2018년)를 펴낸 바 있지만, 그가 이번에 낸 소설집『구스타프 김』은 소설 작가로서 공식적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은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출간한 소설집은 소설 작가로서의 등단작이자 표제작인 「구스타프 김」을 비롯하여 사랑을 주제로 한 일곱 편의 중·단편 소설 「오해」, 「엑사와 아토」, 「새들의 장례식」, 「거울 속의 사람」, 「비」, 「미드나이트 블루」를 수록하고 있다. 짧은 분량으로 기억의 파장을 유려하게 표현한 「오해」,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며 방대한 정서를 표출하는 중편소설 「미드나이트 블루」 등이 멋지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두 작품 「구스타프 김」과 「거울 속의 사람」을 보자.

먼저 「구스타프 김」.

서사는 화자가 구스타프 김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북한의 외교관인 김준, 구스타프 김이라 불리던 남자를 화자가 회상하는 형식이다. 스웨덴 국왕 관저에서의 첫 만남부터 대한민국으로 망명을 돕게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회상이다. 이야기는 구스타프 김의 망명 이유를 서스펜스의 근간으로 잡고 진행된다. 그가 그토록 위험을 무릅쓰고 얻어 내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화자의 회상을 따라가다 보면 점차 쌓여가는 것은 해답이 아닌 질문이다. 이데올로기와 사랑, 그리고 망명. 소설은 이 무거운 문제의식을 단편이란 짧은 분량 안에서 멋지게 함축하고 있다.

「구스타프 김」과 유사한 플롯인 「거울 속의 사람」도 살펴보자.

결혼한 지 1년 만에 실종된 아내 금희를 애타게 찾는 화자 윤서로부터 서사는 시작된다. 윤서가 금희의 과거 행적을 밟아 나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구스타프 김」과 같은 추리 플롯을 따른다. 금희의 과거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는 윤서로 인해 서스펜스는 점차 절정에 달한다. 밝혀질 듯 말 듯 한 비밀. 그 비밀은 마지막 금희의 편지로 풀린다. 그런데 금희의 실체와 무관하게 이 소설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윤서와 금희가 처음 만난 강릉 바닷가의 장면이다. 왜 이 장면이 핵심처럼 인상적일까. 작가가 풀어내고 있는 추리의 방식이 기존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추리 서사의 포인트는 두 가지이다. 첫째,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서스펜스 밀도. 둘째, 비밀이 밝혀졌을 때 오는 페이소스.

저자의 소설에서 첫째 포인트는 모범적이다. 그런데 둘째 포인트에 특이점이 있다. 사건의 비밀이 해소되면서 독자들에게 페이소스를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 아이러니와 질문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 두 작품에 있어 구스타프 김이 망명을 한 이유와 금희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구스타프 김과 화자의 질긴 인연이 남긴 정서 그리고 윤서를 처음 만났을 때 금희가 느낀 충동적인 사랑이 더욱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작가는 추리의 형식을 진리를 밝히는 수단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삶과 사랑을 헤매는 공간으로 작용시킨 것이다. 그 안에서 ‘알 수 없음―무지’라는 문학적 결과물을 도출해 내면서 말이다. 여전히 ‘왜 살아가며, 왜 사랑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결하지 못하지만,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은 여전히 소설 안에서 소설 바깥을 향해 초연하게 시선을 비춘다. 그 시선 속에서 독자는 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삶의 불가사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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